당신은 애완견을 먹고 있습니다
방송일: 20080711
동영상 : 식용견만 먹고 있다는 당신의 믿음, 과연 사실일까
복날이 가까워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음식이 있다. 바로, 보신탕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개고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이라는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자신들이 식용으로 길러진 개들만 먹는 것이지, 인간과 교감을 나누는 애완견을 먹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과연 이런 믿음은 사실일까.
한 전직 개장수의 충격적 제보
우리는 얼마 전, 전직 개장수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바로 우리가 먹는 개고기의
상당수가 애완견이라는 것.
전직 개장수가 직접 촬영했다며 우리에게 건넨 테이프의 내용은 놀라웠다.
상황1. 한 남자가 애완견 ‘슈나우저’를 밧줄로 매달고 있다. 슈나우저는 졸려진 목구멍으로 '새~액, 새~액‘소리를 내며 필사적으로 숨을 내쉬고 있다. 기다리기가 짜증난다는 듯, 남자가 몽둥이로 애완견의 머리를 후려친다. 이윽고 개의 움직임이 멈췄다. 잠시 뒤 남자는 토치램프에 불을 붙여 슈나우저의 털을 태운다. 약 10분 뒤 애완견은 검게 그을린 개고기로 변해있었다.
상황2. 개장수들이 개고기 작업장이라고 부르는 곳. 이미 한 마리의 애완견이 죽어있다. 이 애완견을 큰 둥근 통에 넣는다. 통이 돌아가면서 엄청 시끄러운 소음이 나더니 통 바깥으로 애완견 특유의 검은 색 털과 피가 물과 함께 통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털을 벗기는 것이다. 털이 다 벗겨진 애완견의 몸통이 마치 털 벗긴 하얀 생닭 같다. 이윽고 다시 이 개를 토치램프의 불로 살가죽을 검게 그을린 다음 뼈와 살을 발라낸다. 웃음소리와 함께 이들의 대화가 간간히 들린다.
“맛있겠는데.”, “그럼, 무조건 맛있겠어.”
제보자의 말 중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식용으로 전용되는 애완견 중엔 오랜 치료 후 버려진 병든 애완견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을 가다
혹시, 애완견이 개고기로 쓰인다는 제보가 극히 일부의 사례는 아닐까?
우리는 전국에서 개고기를 가장 많이 유통시킨다는 경기도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손님이 원하는 개를 개장에서 꺼낸다. 사람들이 보는 거리에서 개를 잡는다. 전기충격기를 개의 입에 가까이 하자 개는 본능적으로 이것을 핥으려 혀를 갖다 댄다. 이윽고 개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몸이 쭉 뻣는다. 불과 한 1초 사이의 일이다. 이런 모습은 마치 시장의 명물인 냥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또, 좁은 개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개를 마치 구겨 넣듯이 담는 모습, 이른바 ‘개떡’도 흔하다. 아무리 식용으로 키워진 개들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쳐 보였다. 이곳에서 ‘동물권’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식용 이외에 다른 개들은 없는지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 개장 안에 있는
개들은 식용으로 키워진 것으로 보이는 큰 개들이 대부분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날 개고기도 덩어리 크기로 봐서 큰 개로 보였다.
그런데 한 가게의 개장 안에서 주로 애완견으로 길러지는 큰 몸집의 ‘비글’을 발견했다. 물어보니 판매원은 둘 데가 없어 잠시 넣어두었을 뿐 식용은 아니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그리곤 개장에서 서둘러 이 개를 빼내 안 보이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렇다면 혹시 몸집이 큰 애완견을 개고기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일반인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시장의 뒷골목으로 가봤다. 개를 잡는 작업장이 밀집해 있었다. 개장안의 개들은 대부분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진 큰 개들로 보였다.
그러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추, 말티즈 등 작은 애완견이 들어있는 개장이 여럿 보였다. 일부 개는 목줄과 심지어 인식표가지 매고 있었다. 한 여자가 시추 한 마리를 밧줄로 목메 달아 들고 간다. 시추가 허공에서 공허하게 헛발질을 헤댄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애완견을 기둥에 묶는다. 개는 살기위해 발버둥을 친다. 전기충격기를 갖다 대자 순식간에 시추의 움직임이 멈췄다.
애완견을 식용으로 사용한다는 제보자의 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충격! 개고기도 물먹여 판다
우리는 이 뒷골목에서 개를 손질 중인 다른 작업장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작업과정은 다른 곳과는 좀 달랐다.
잡은 개를 손질하던 한 남자. 갑자기 호스에 무언가를 끼워 돌리고 있었다.
바로 물이 나오는 호스에 가는 노즐을 연결한 것.
그리고는 다시 칼을 들어 조심스럽게 개 내장 어딘가를 자르고 이 부위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넣기 시작했다. 개에 물을 먹여 무게를 늘리는 것이다.
10분여가 지났을까. 물이 충분히 스며들어 고기가 커진 다음에야 해체작업을 시작하는 남자. 이후 개고기는 검은색 비닐봉지 봉지에 담아 인근의 한 보신탕집으로 배달됐다.
여러군데서 확인해 본 결과, 물먹인 개고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에 만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용으로 둔갑된 애완견
며칠 후, 우리는 시장을 다시 찾았다. 시장 한쪽에는 애완견만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따로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애완견을 잡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상인은 가능하다고 한다. ‘3마리에 5만원이고 깨끗이 잡아주겠다’고 말한다. 애완견 판매상조차 애완견을 식용으로 팔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번 식용견을 팔고 있던 가게로 가 애완견이라는 표현이 아닌 ‘발바리’라는 다른 표현으로 물어보았다.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자 가게 안쪽 은밀히 진열시켜놓은 작은 개고기를 보여주는 주인.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암암리에 거래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작은 애완견으로 개소주도 만들어 준다는 것.
우리는 이 작은 개들 3마리를 구입해 동물병원으로 가서 수의사에게 직접 감정을 의뢰했다.
3마리 중 2마리는 시추, 1마리는 말티즈라고 한다. 애완견이라는 것이다.
식용 애완견들은 어디에서 오나?
우리는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개고기 상점들을 지켜봤다. 한 남자가 애완견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 남자를 따라가 봤다.
남자가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애견 경매장. 이 남자는 이곳에서 경매가 잘 안 이뤄지는 늙고 볼품없는 애완견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었다. 게다가 도사견믹스처럼 아예 식용으로 키워질 법한 큰 개들도 많이 경매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곳 책임자의 반응이었다. 한 애견단체의 이사로도 재직 중인 이 사장은 경매되는 개중 3분의 1정도가 식용으로 쓰인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게다가 애완견 중 일부는 개고기가 된다는 것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애견 경매장이 애완견을 식용으로 세탁하는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애완견과 식용견 구분은 가능한가
언제든지 식용으로 전락 가능한 애완견. 그렇다면 사육환경은 어떨까?
애견 경매장에서 애완견을 산 사람을 따라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에는 식용으로 키우고 있는 개들뿐만 아니라 애완견으로 기른다는 개들도 뒤섞여 있었다. 먹이도 시내에서 얻어온 동일한 잔밥을 먹고 있었다. 사육환경에선 식용견과 애완견의 구분이 모호했다.
식용견과 애완견 구분의 혼란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버려진 애완견을 돌보는 지방의 한 유기견 보호소. 현재, 유기견의 경우 유기견 보호소에서 10일간 보호한 후 안락사 시키게 되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은이 식용개를 기르는 농장주였다.
우리는 이 관리인이 유기견을 구조하는 현장을 따라가 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구조한 개를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자신의 개농장으로 데리고 가는 것. 따라 들어가보니 다른 유기견도 5마리가 더 있었다. 관리인은 이 유기견을 왜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것일까?
관리인은 몸집이 큰 유기견의 경우 훔쳐가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개농장에서 보호한다고 했다. 확인결과 유기견을 식용으로 전용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애완견, 식용견, 유기견은 별다른 구분 없이 기르고 있었다. 관리인은 몸집이 큰 애완견종의 경우 식용으로 팔려갈 수 있다고 말한다.
보신용 개고기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사육환경은 충격적일 정도로 비위생적이었다. 개장들이 있는 통로의 바닥조차 흘러내린 배설물로 가득차 걷기 조차 힘들었다. 먹이통엔 개들의 배설물이 뒤섞여있었다. 개들은 얼굴 털에까지 자신의 오물과 음식물쓰레기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개들이 병들면 어떻게 처리를 하고 있을까.
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은 항생제와 복합강력지사제, 그리고 피부병약. 관리인은 20kg개에 15-20CC를 3회에 나누어 사용한다고 한다. 동물의 경우 1kg당 0.08~0.1CC가 적량이다. 이에 따르면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이런 개의 고기를 충분한 휴약기간을 두지 않고 사람이 먹는다면 항생제 내성이 생겨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국동물병원협회 강종일명예회장은 말한다.
비위생적인 사육환경과 도축시설들. 그리고 애완견과 식용견, 유기견이 뒤섞여 유통되는 현실에서 과연 개고기는 안전할까?
우리는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대상은 서울, 경기 일원에서 수거한 개고기 17점, 인터넷에서 구입한 개소주 10점 등 총 27점. 검사항목은 식중독균(일반세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항생제(합성항균제, 항생제), 중금속(납, 비소, 카드뮴) 등이다. 검사결과는 놀라웠다.(검사결과 참조)
축산물가공처리법을 준용할 때 총 17점의 개고기 중 일반세균 4건, 대장균 8건, 황색포도상구균 1건이 기준치 보다 높게 검출됐다. 또 중금속 중 납은 식품공전을 준용할 때 개고기에서 1건, 개소주에서 1건이 기준을 초과했다. 27점 중 15건이 유사 기준을 넘은 것이다.
작년 서울시에서 수거해 검사한 쇠고기나 돼지고기의의 세균 검출건수가 700여건에 2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수 십배 이상 높은 검출 빈도이다.
사랑받는 반려동물인가, 가축인가 이제는 선택해야
오랜시간 보양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먹어왔던 개고기. 올해도 어김없이 개고기의 합법화 논쟁은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애완견이 식용견과 전혀 구분 없이 유통되고 있으며 심지어 병든 유기견까지 개고기로 둔갑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금의 이런 현실은 개고기옹호론자나 반대론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루빨리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개를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주고 받는 반려동물로 보고 식용을 금지할 지, 아니면 식용견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축으로 철저히 위생관리를 할지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한다. 곪디 곪은 문제를 계속 방치하고 외면할 순 없다.
취재 I 이후락 PD(http://office.kbs.co.kr/huragi) 글, 구성 I 서윤정 작가
@mrjyn
January 25, 2011
You are Dogmeat! [온라인 매거진]
via kbs.co.kr